추석에 집 밖으로 나갈 일도 없고 할 일도 없고....
집에서 뒹굴 거리는걸 제일 좋아하지만,
뒹굴 거리기만 하기엔, 추석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...
그래서 집안을 한참 뒤지던 중 믹스커피를 발견했다.
몇 달 전에 큰 맘먹고 사놓은 220개짜리 믹스커피.
나는 커피를 한 번 먹을 때 찔끔찔끔 먹지 않고
한 번에 많이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
동네슈퍼에서 가장 큰 걸로 구매했었다.
하지만, 몸에 좋지도 않은 걸 왜 이렇게 많이 사 왔냐고
엄마한테 욕만 먹었다...
그래서 요즘은 잘 먹지도 않고 나의 애증이 되어버렸다
이 많은 커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생각하던 중
몇 개월 전에 유행했던 달고나 커피가 생각이 났다.
만들기 어렵고, 실패하는 사람들도 많다는데,
추석 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한 번 도전해보았다.
커피 : 설탕 : 물 = 1 : 1 : 1
인터넷에 나와있는 레시피다.
하지만, 믹스커피에는 커피와 설탕이 섞여있으니,
정확한 계량을 위해 성분 표시를 확인해보았다.
커피의 함량은 13.3%, 설탕은 따로 적혀있지 않다.
난감하다....
그래서 소주잔으로 확인해보았다.
TMI를 덧붙이자면, 예전에 처음처럼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할 때
몇 개 받아놓았던 하트 모양 술잔.
사실 나도 좋은데이에서 알바를 할 때여서
서로 사은품을 주고받았다.
육안으로 확인해보니
대략 커피 반, 설탕이 반인 것 같다.
믹스커피 : 물 = 2잔 : 1잔
앞서 말한 커피, 설탕, 물의 비율에 맞춰 계량을 해보았다.
집에 거품 기계가 없어 수작업으로 진행했다.
다른 사람들의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 영상을 많이 봤는데,
400번 정도 저어주면 만들 수 있다고 한다.
하지만, 그러다간 내 팔이 빠질 수도 있으니,
팔 보호를 위해 자그마한 컵으로 진행했다.
10분 정도 저어봤다.
체감 상 400번은 넘게 저은 것 같다.
하지만, 별로 변화가 안 보인다.
10분 정도 더 저어봤다.
식탁이 점점 더러워지는 것 같다.
하지만, 아직도 별로 변화가 안 보인다.
점점 힘들어진다...
팔이 저려오지만, 5분 정도 더 저어봤다.
식탁만 더 더러워진 거 같다.
엄마의 잔소리가 들려온다.
그만두고 싶지만,
마지막으로 달고나 커피 만드는 방법을 다시 한번 찾아보았다.
커피 : 설탕 : 물 = 2 : 2 : 1
다시 찾아본 레시피다.
커피, 설탕을 물에 잘 녹인 후
전자레인지에 15~20초 정도 돌리고
저어주면, 빠르게 완성된다고 한다.
정말 마지막으로 도전해봤다.
드디어 뭔가 만들어지는 거 같다.
색깔도 연한 갈색으로 변해가면서
거품이 꺼지지 않고 잘 유지되고 있다.
계속 저은 지 5분도 안됐는데, 완성되었다.
이거 하나 먹겠다고 1시간 동안 열심히 팔 운동을 한 거 같은데,
나름 성취감도 느껴진다.
커피의 색깔이 생각보다 진하고 뭔가 이상하다...
원래는 부드러운 거품과 고소한 우유의 맛이 느껴져야 하는데
커피가 많아서 그런지 찐득찐득하고 조금 진하다..
그냥 다 섞어버렸다.
맛은 그럭저럭 먹을만하다.
내가 만든 달고나 커피 총평
만들기 힘들지만, 나름 재미있고 먹을 만한 커피.
하지만 내가 잘못 만들었는지, 맛이 살짝 구리다.
다시 해 먹으라고 하면, 그냥 사 먹는 게 나을 것 같다.
[맛있음] ★★☆☆☆ 2.5 / 5.0
[어려움] ★★★★☆ 3.5 / 5.0
[재밌음] ★★★☆☆ 2.8 / 5.0
추천하는 분들 :
정말 심심할 때, 집에서 뒹굴거리기 지칠 때, 마침 집에 커피가 있을 때
그럴 때 한 번쯤 만들어보는 건 괜찮을 듯하다.